비둘기,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하다 (A Pigeon Sat on a Branch Reflecting on Existence, 2014)
감독: 로이 안데르손 Roy Andersson
스웨덴 영화
나의 부산국제영화제 두번째 영화.
모든 작품에 비둘기라는 단어가 들어가기만 해도 대게 80%의 호감도를 얻게됨으로 자연적으로 제목만 보고 이거다 싶었다. 예매를 하고 보니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고 해서 놀랐다.
몇 몇 다른 배우가 단막극 형태로 나오는데, 같은 장소에서 다른 배우가 나오기도 하고 배우가 꾸준히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나와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결국 다 보고 나면 어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 지는것 같은데, 이런것도 전문용어로 뭐라 하겠지만 나에게 영화는 장난감 같은거니까 굳이 알고싶지도 않다.
처음 세 장면은 몹시 웃긴데 뒤로가면 점점 진지하고 서글퍼진다.
처음장면은 자세히 적어 둔 것이 있으니까 옮겨보면
큰 sub title은 - 죽음과의 조우 세가지(Meeting with death)
1. 와인병을 따기위해 심장마비? 뇌졸중으로 용쓰다 죽는 남성
누군가가 죽는 장면인데도 참 웃겼다. 앵글이 고정되어 있는데 그런 문 사이사이로 아내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음식을 하고 있는데, 남성은 와인병을 따위위해 고군분투 하다가 결국 홀로 외롭게 죽게 된다. 죽는건 원래 좀 외롭지 않을까.
2. 거의 죽기 직전의 노모가 입원한 병원에 큰아들이 헐레벌떡 달려 오는데, 노모 옆엔 작은 아들과 딸이 있다. 그런데 어머님이 가방을 꼭 끌어 앉고 계신다. 그 가방안에는 각종 보석이 들어 있는 어머니의 가방. 의사 말로는 오늘밤은 무사할것 같다고 해서 자식들이 집에 갈려는 찰나 큰 아들이 어머니의 가방을 발견하고 귀중품이 들어 있으니 따로 보관해야 한다고 하지만 어머님은 죽을때 이고지고 갈거라고 그러며 절대 내 놓지 않으시는데 아들이 억지로 뺏으려 하자 잇는 힘껏 저지 하신다. 그 힘이 상당해서 곧 돌아가실거 같지는 않음.
3. 어떤 중년남성이 죽어서 몸이 이미 굳어 있는데 경찰이 와서 상황을 파악한다. 남성은 심장마비로 갑자기 죽었는데 죽기 직전 새우 샌드위치와 맥주를 주문하고 게다가 계산까지 해 놓는다. 그래서 점원이 이거 어쩌냐고 했더니 경찰이 나눠주자고 해서 식당안의 다른 사람들한테 나눠준다. 죽고나서도 술과 음식을 나눠주다니 얼마나 자비로운 사람인가.
여기에서 전화받는 사람들은 모두 한가지 대사만 한다. "나야 잘 지내지 뭐, (전화 상대편에서 뭐라고 함), 나야 잘 지낸다고! (또 상대편에서 뭐라고 함), 잘 지낸다니 다행이야."
사람들 얼굴이 정말 밀가루를 바른것 처럼 창백한데, 이게 스웨덴 사람 특유의 피부색인지 아니면 그런 연출인지는 모르겠다. 가구나 세트의 배색이 그야말로 북유럽스타일인데, 이것도 연출된 것인지 궁금하다.
자전거집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자전거집 주인이 문을 열면서 '오늘도 수요일이군요!' 라고 말하자 한 남성이 '에? 목요일이 아니고 수요일이라고요?' 라고 한다. 주변에 버스 기다리던 사람들이 다 수요일이라고 하자 남성이 미칠것 같다는 표정을 짓는데, 어제가 화요일이니 오늘이 수요일인거 아니냐고 그래서 요일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 사람들 마다 요일이라는 사이클을 두고 생활을 반복 해 가는데, 어제의 요일이 있으니까 오늘의 요일과 내일의요일이 있는것임을.
중간중간에 행진곡이 나온다. 같은 음절에 상황에 따라 사람들이 다른 가사를 쓴다.
절름발이 OOOOO의 주점에서 술 한잔에 1실링 밖에 안하는데 그 1실링 마저 내지 못하는 군인들은 OOOOO에게 키스를 하면 술을 준다.
마지막 장면은 소제목이 통곡이었던가 그랬는데, 통곡의 통이라고 보면 될것 같다.
정말 큰 오크통에 확성나팔이 붙어 있는데 그 안에 흑인들이 줄줄이 들어가게 된다. 그 용도에 대해서 굉장히 궁금하게 되는데, 아이를 업은 흑인이 들어가다 쓰러지는데 군인이 발길질을 해서 겨우 집어 넣고 그 행렬이 다 들어가니 문을 닫고 밑에 오크통 밑에 불을 지른다. 그러면 그 안에서 온갖 고통의 소리가 확성나팔을 통해 나오는데 소리는 또 웅장하다. 그걸 듣는 사람들은 백인 귀족처럼 보이는 노인 무리인데, 물론 그 처음 과정은 보지 못하고 통곡의 소리가 어느정도 안정된 페이스로 나오는 무렵 커튼을 걷고 본격적으로 듣게 된다.
결과적으로 살아있는 비둘기는 한마리도 나오지 않는다. 처음 비둘기 인형이 가지에 앉아 있는 박물관인지 갤러리인지 그걸 감상하는 남성을 찍은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비둘기 소리가 나는 장면으로 끝난다.
@메가박스 해운대(19회 부산국제영화제) B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