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것

SK언니

마이토 2015. 1. 14. 00:54

문득 선경이언니가 생각났다.

나와 같은 아홉수를 살고있을 사람인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시간을 돌릴수 있다면 과거로 가서 물어보고 싶은게 참 많다.

대학교 2학년 때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같은반 수업을 들었던 언니인데, 직업은 영어학원 선생님이었다. 그때는 영어학원 선생님이 영어학원을 다닌다는게 참 아이러니 했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좀 취미 같은게 아니었을까 언니한테는.

열 살 많아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96학번 사람을 봐서 무슨 화석 보듯 했는데. 그건 좀 죄송스러운 부분인것 같다. 언니와 같이 듣는 수업을 마치고, 나는 한개를 더 듣고 지금은 편의점으로 바뀐 스타벅스에 가면 항상 라떼와 물을 떠다놓고 책을 읽거나 잡지를 읽는 언니를 볼 수 있었다. 나를 막되먹은 꼬맹이라고 불러주며 거의 매일같이 커피를 사줬는데, 그 재미로 매일 언니를 찾아 가는게 그해 여름방학의 일상이었던것 같다. 어쩐지 원래부터 막되먹은 성격을 한번에 간파당해서 그냥 마구잡이로 막되먹게 굴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그렇게 많이 기억이 나지 않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있었을지 굉장히 궁금하다. 그때는 그냥 결혼하지 않은 학원선생님인데 항상 꽃무늬 원피스만을 고집하는 사람.정도 였는데 내가 얼마나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었는지 안타깝다. 계속 연락하면서 지내면 많은 본보기가 되어줬을것 같은데.


신기했다. 외국에도 잠깐 살다 온것 같고, 영어도 잘하고 프랑스어도 좀 했던것 같다. 원서도 읽고, 책도 많이 읽고. 한참 하루키 소설에 빠져있었는데, 내가 무슨 책을 읽고 있다고 하면 맞장구 쳐주면서 다음에는 뭐 읽어봐~ 이렇게 조언을 던져주기도 했다. 기껏해야 31살이었는데.(그때는 31살이나 되었는데 싶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