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것/책

무의미의 축제 - 밀란 쿤데라

마이토 2015. 4. 18. 20:26

흰색 상의와 포르투갈 아가씨

어제 중국인 두명이 중국어로 대화하는데 중간에 앉아 있다가 어느순간 맞장구 치면서 웃는 나를 봤다. 나는 중국어를 하나도 모르는데 웃고 있고 그런내가 웃겨서 또 웃고.. 어느 순간 마치 알아 듣는것 같은 착각을 했는데 그 기분이 참 기묘했다.

여기에서도 두 사람이 서로 모르는 두 언어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어느정도 대화가 통(?)한다는 대목에서 문득 생각이 났고 잊고 싶지 않아서 적는다.


어떻게 사과쟁이를 낳게 되는가

 알랭이 머릿속에 그들의 성교를 그려 본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럴 때면 그는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인간이 모두 자신이 잉태되는 순간의 복사물이라면 어떨까 가정해 보곤 했다. 그는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탄생시킨 두 가지 증오, 남자가 오르가슴에 이른 순간 동시에 일어난 남자의 증오와 여자의 증오, 그 흔적을 찾아내려 했다. 온화하면서 신체적으로 강한 남자의 증오와 대담하면서 신체적으로 약한 여자의 증오가 이룬 짝짓기.


p82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런데 자신이 무슨 일을 좋아 하는지 알기는 하는 걸까?) 밥벌이를 할 수는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그는 학업을 마친 후, 자신의 독창성이나 생각, 재능이 아니라 다만 지능, 즉 산술적으로 측량 가능한 능력, 각 개인들에게서 오로지 양적으만 구분되는 어떤 이는 더 있고 어떤 이는 덜 있는, 알랭은 더 가지고 있는 편인 그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직업을 선택했고, 그리하여 월급을 많이 받았으며 때때로 아르마냐크 브랜디를 살 수 있었다.


p??

 그러자 어머니가 말을 다시 이어 갔다. "저 사람들 전부 좀 봐라! 한번 봐! 네 눈에 보이는 사람들 중 적어도 절반이 못 생겼지. 못생겼다는 것, 그것도 역시 인간의 권리에 속하나? 그리고 한평생 짐처럼 추함을 짊어지고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너는 아니? 한순간도 쉬지 않고? 네 성도 마찬가지로 네가 선택한게 아니야. 네 눈색깔도. 네가 태어난 시대도. 네 나라도. 네 어머니도. 중요한 건 뭐든 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권리들이란 그저 아무 쓸데 없는 것들에만 관련되어 있어, 그걸 얻겠다고 발버둥치거나 거창한 인권선언문 같은 걸 쓸 이유가 전혀 없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