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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만들어진 성: 뇌과학이 만든 섹시즘에 관한 환상과 거짓말 - 코델리아 파인

마이토 2015. 4. 19. 23:49

원제: Delusions of Gender

이 작가의 책이 더 궁금해진다.

사실 나는 LGBT에 관한 뇌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기대하며 빌려 읽었는데 의외로 내 깊숙히 스며있는 성역할에 대한 편견을 알게 되었고, 나는 어릴때 부터 반항아적 기질이 많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그리고 내 삶들에 대해 생각 할 수 있었음.

2차성징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항상 남자가 되고 싶었고 남자가 아닌것에 대한 분함을 마음속에 갖고 있었다. 이것도 이 책에서 말하는 성 편견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어릴 때 가장 싫어 했던 놀이는 바비 인형 놀이였고, 사촌언니가 바비인형 한바구니를 줬는데 왜 이런 쓰레기를 나한테 처리하는가 하는 반감이 들었다.(하지만 언니들은 이제 언니니까 이런 인형과는 작별해야 하고 이 아이들은 내가 잘 돌봐주고 이 귀한 아이들을 넘기는 것에 감사하길 바랬다..)  대신 동네에서 뛰어놀고, 라디오를 뜯고, 할아버지의 사진기나 집안의 가전제품을 이리저리 만지다가 고장내고, 각종 연장을 갖고 놀고, 동네오빠와 야구하고, 집 주변을 맴돌며 라이터와 돌멩이를 수집하고, 자전거를 타고, 불장난을 하며 지냈다.. 분홍색은 극혐하는 색이었고, 치마와 스타킹과 구두는 너무나도 불편해서 그걸 입으면 한발짝도 움직이기가 싫었다. 첫째로 태어났지만 거의 막내 손주였던 나는 집안에서 남자 아이를 무척이나 바랬었고 어쪄면 그 바람에 부흥하고 싶었던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주소년단에(이름부터 틀렸다 소년단이라니 우주 어린이단이라고 해야지) 들고 싶었지만 남자아이가 나는 여자라서 안 된다고 했고, 과학상자반이나 라디오 조립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또 여자여서 안된다는 말에 몹시 분노 했다. 그러다가 여자 중/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이런 성 차별에서 오히려 좀 더 자유로워 질 수 있었던것 같다. 단일 성별로 이루어진 학교에서는 다양한 역할의 학생이 필요하고 나는 내가 하고싶은 역할을 제약없이 어느정도 할 수 있었고, 오히려 남/녀의 역할을 제한하는 상황과 환경을 목격하지 않아도 되어서 좀 더 지금의 내 성에 적응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만약 그런 제약을 공학에 다니면서 목격했다면 성별을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 했을 것 같다. 어쩌면 그런 차별적 발언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았을 수도 있겠지만... 대학교는 여자가 지배적인 학과에 진학을 해서 학과 교수님이 모두 여자분이셨고 또 성별에 의한 제한을 목격 하지 않아도 되어서 오히려 좀 더 유연한 생각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 우리과에서는 오히려 남학생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역할에 대한 낙담은 오히려 남/녀 성비가 비슷한 대학원에 진학하고 남학생과 어울려야 하는 시점에 다시 유년기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과학자가 늘 되고 싶었던 내가 선택한 그나마 "성 차별이 덜한" 분야를 선택하게 된것은 우연뿐만은 아니리라. 남/녀의 결합 형태인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것은 어쩌면 아주 어릴 때 부터 였지 않을까. 비 대칭적인 희생의 구조를 보면서 반감을 가졌고 그래서 반하는 행동을 늘 해온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반골기질이 다분한 인간인듯.. 과거의 여성인권 운동을 해 오신 분들께 감사하면서 나는 어떻게 또 세상을 바꾸는데 참여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 봐야겠다.


최근 일어난 우리나라 대통령의 불미스러운 일들의 가장 큰 우려는 "이래서 여자는 안되"라는 말이 아닐까. 어떤 진보된 남녀평등 의식이 여자대통령을 만든것이 아니고 어쩌다 보니 우연한 요소로 여자 대통령이 되었는데, 여기에 이제서야 위기 의식을 느끼는 남성 기득권이 본격적으로 성차별을 시작 할 수 있는 좋은 처음의 구실 같은거..


그렇지만 그런 무의식적인 말들에 이제 주눅들지 않아도 된다. 그런 무신경하고 암적인 말에 얽매일 필요가 없지 암..암.


6

XX 배제, XX 배제 X

여성들이 한두 세대 넘게 이어 온 원정을 계속하게 하라. 남성들에게 '경제적 독립성'과 생계를 꾸려 가기 위한 힘겨운 세상 싸움의 경쟁자로 만나게 해 주자. 남성들에게 정치적 삶에서 치열한 분쟁의 상대로서 여성들을 소개 해 주자. 전투적인 여성 참정 운동가들이 술에 취해 일으키는 소란이 계속되고 악화되게 내버려 두자. 하지만 무엇보다도 남녀 평등주의자들이 여성이라는 성의 자유를 더 크게 계획해, 아내라는 신분과 가정의 파괴가 완성되도록 두자. 그런 다음 여성은 신사의 기사 정신과 정중함이 실제로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대신 거친 남성의 힘이 들고일어나 그것이 선택한 자리에 여성들이 있게 될 것이다. - William T Sedgwick,(MIT 생물학 및 공중보건학 교수 1914년)


150-151

성에 대한 문화적 신념은 저울 위의 추처럼 작용해서, 본래는 비슷했던 남녀의 행동과 그에 대한 평가를 조금씩 체계적으로 차별화해 나간다. 어느 상황에서든 편향된 성에 대한 신념이 남성과 여성에게 일어나는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지 모르지만, 개인의 삶은 다양하고 반복적이고 사회 상관적인 맥락 속에서 일어난다. 편향된 작은 영향들이 사람의 경력과 인생을 지내는 동안 누적되고, 비슷한 사회적 배경에 있던 남녀는 이로 인해 상당히 다른 행동 경로와 사회적 결과를 겪는다.


 이렇게 성마다 다른 경로와 사회적 결과는 사람의 마음을 꼼짝 못하게 옭아매는 세상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자아의식, 사회적 인식, 행동의 성 유형화는 또다시 아주 매끄럽게 성 유형화된 사회적 세계의 일부가 된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아무도 모르는 새 일어난다. 그래서 우리는 그 해답을 다른 곳에서 찾아볼 것이다.


169

직감이 작용하는 이런 기구들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엄청난 양의 기존 사실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직감적 접근법은 아주 불가사의 하게 작용한다. 퍼즐조각처럼 알려진 사실들을 공중에 띄워 놓고 제자리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가진 지식의 순서를 바꾸려 애를 써도 아무 소용없다. 일종의 신비한 압력이 가해져야 하고, 그런 다음 갑자기 펑! 하고 해결첵이 떠오른다.

(이건 노벨상 받은 사람들이 논리적 사고 뿐만 아니라 직감적 사고도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대목임)



앞으로 참고할 만한 책 - 이 책의 작가가 중요하게 여기는 레퍼런스

과학과 성 - 루스 블레이어 (Science and Gender)

성의 신화(The Myths of Gender), 몸의 성별화(Sexing the Body) - 앤 파우스토-스털링

유전자 숭배(Gene Worship) - 기셀라 카플란, 레슬리 로저스

성의 사회 심리학(The Social Psychology of Gender) - 로리 루드먼, 피터 글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