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애니(Special Annie, 2015)
감독: 김현경
첫 대사: 화장실에서 오도가도 못하면 어떻게 하나요?
이번 BIFF에선 다큐멘터리를 두편이나 예매 했다. 한편은 중국 다큐고 한 편은 한국 다큐였는데 두 영화 모두 마음에 들었다. (BIFF영화가 마음에 안 들기는 힘들지..) 은행강도범으로 체포 되어 징역을 살았고, 어릴때 학대를 받고, 미혼모에 HIV감염자인 상상하기 어려운 수식어가 여러개 붙어 있는 애니 '아줌마'(아줌마라는 단어 보다는 아주머니라고 부르는것을 더 선호 하지만 감독님이 아줌마라고 좀 더 친근한 의미로 사용을 하셨던 것 같아서 나도 그렇게 불러 본다)를 감독이 몹시 "귀찮게" 굴며 인터뷰를 한다. 영화에 따르면 감독 또한 심적으로 곤경에 처해 있었던 순간 어느 교회에서 돌아가면서 하는 이야기를 듣다 애니 아줌마의 이야기를 듣고 펑펑 울게 되었고, 왜 울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다큐 감독으로서 더 파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고 한다. (본지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내 마음대로 있음을 양해 해 주시길)
영화 대부분의 애니 아줌마는 위에서 말한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밝고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 중반부엔 아줌마가 수감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를 보러 갔는데, 아줌마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따라 갔다가 둘다 어려움에 처할 뻔 한 사건이 있다. 그때는 영화가 여기서 끝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마침 감독이 읽고 있던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 였다.
같이 미역국을 끓여먹는 장면이 있었다. 우리나라 음식 중 특별한 국으로 손 꼽을수 있는 국이 미역국이라고 생각하는데, 미역을 먹는 감독을 보며 희안하게 생각하는 애니 아줌마.. 그렇게도 생각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곤 둘이 바다에 갔을때 해초를 보고 이것도 먹냐고 해맑게 말하는 아줌마... 체이스 은행(아마도)을 털다가 체포가 되어서 혹시 체이스 은행에서 계좌를 열어주지 않을까봐 조마조마해 하다가 체이스에서 친절히 계좌를 열어 줘서 또 신나하던 아줌마...
영화 제목의 스페셜 애니에서 애니는 아줌마의 이름이고, 스페셜은 애니 아줌마가 입양한 고양이의 이름과 특별한의 수식어로도 생각 할 수 있다. 까만 고양이 였는데, 그녀석도 고양이계의 HIV바이러스 같은걸 가지고 있어서 아무도 원하지 않는 외톨이 고양이였다.
이 감독의 다른 영화로 검색 되는것은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2005>라는 이산가족을 다룬 영화와, <Floating Weeds, 2010>라는 조선을다룬 영화, 그리고 <Encounter, 2013>있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 GV가 열렸다.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관객이 내용적, 기술적 질문을 하기도 하지만, 한 관객은 영화를 보고 난뒤 공감되는 본인의 어려움을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질문 하는 관객과, 감독과 그걸 듣고 있는 관객, 사회자 까지 모두 울먹이는 상황이 일어났다. 어쨌든 영화와 GV가 끝나고 감독님께 잘 봤다고 한마디 건네고 싶었는데, 감독님은 또 어쩜 인기가 많으신지.. 이동하며 따라 갔지만 말을 건넬 타이밍이 없었다. 무리 변두리에서 머뭇머뭇 거리고 있었는데, 한 노부부와 중년의 여성이 그 무리 옆에서 물끄러미 감독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귀에 들리는 이야기로는 감독님의 부모님과, 큰언니였다고.. 암튼 가족들에게 본인의 깊은 이야기를 들려 주는것 만큼 부끄럽고도, 감사한 일도 잘 없을것 같다. 그리고 애니 아줌마와 감독의 둘째 언니의 나이가 같다고..
암튼 영화를 보면서 잘 울지 못하는 내가 울컥울컥 했는데, 나는 아직도 내가 왜 울컥 했는지, 어느 부분이 공감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두어달이 지난 지금도 비교적 기억이 생생한 영화다. 영화가 잘 풀려서 독립영화관 같은 곳에서라도 상영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 줬으면 좋겠다.
@20회 부산 국제 영화제, CGV센텀 3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