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했다가 죽이겠다고 했다가 - 악셀 린덴
저자의 이름은 Axel Lindén, 원제는 Fårdagboken
원제와 가까운 번역은 양 일기라고 한다.
영문 번역 제목은 On Sheep: Diary of a Swedish Shepherd.
한국어 번역제목도 마음에 든다. 초반부 일기의 마지막 구절인데 (첫 여름 마지막 일기). 양을 치는 사람으로서 양에게 드는 감정이 잘 드러났다. 나도 동물 실험을 할때면 쥐의 까만 눈동자를 보며 귀여워 하다가 막상 실험을 할때는 순간적으로 감정을 가다듬고 처치를 하는데 이렇게 되기까지는 어느정도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내가 미숙해서 동물에게 전해지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행위를 하는게 많이 괴로웠는데, 이제는 신속하게 실험을 함으로서 서로 괴로운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위안이 된다. 일기 후반의 한 구절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짓눌려 숨가빠 하던 시점에서 위안이 되었다. "지금이라는 시간과 여기라는 공간을 최대한 살아갈 뿐이다."
도시에서 문학을 공부하다가 목장으로 돌아간 저자의 초반 목장 생활의 고달픔과, 시간이 흐르면서 그 고달픔으로 인해 발생하는 분노와 좌절이 느껴지는데 마지막에는 또 능숙하게 하는 자신을 돌아 보며 뿌듯해 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렇게 사람이 살아가는데 수많은 일들이 미숙함-미숙함에서 오는 좌절과 분노-만족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하니 위안이 된다. 한편으로 담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과정이 여유롭고 제법 목가적으로 느껴 졌는데, 저자는 목장에 오기 전 부터 이런 사람이었을지 아니면 목장에서 살게 되면서 이런 사람으로 변화한건지 호기심이 생긴다.
양 떼에 막혀 차가 꼼짝달싹 못하는 상황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대학교 1-2학년 무렵에 짝궁이었던 진수가 학교에 오지 않아서 연락을 하니 버스에서 졸다가 학교를 지나쳐서 청도에 왔는데 염소가 도로에 가만히 서 있어서 버스가 지금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했던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익숙해지고 더이상 새로운것이 없다고 느낄때를 경계하고 싶다는 일기가 있었던것 같은데 그 구절이 어디였는지 찾기가 힘들다. 다음에 다시 읽으면 이 부분을 좀더 곱씹어보며 읽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