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것(영화)/2014

야간비행(2014)

마이토 2014. 9. 6. 23:50

청소년 성장 영화 정도로 생각하고 보러 갔는데, 의외로 퀴어영화여서 좋았다. 퀴어라고 하기엔 게이밖에 없었지만. 학교내에 산적해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이거다!' 싶게 꼬집어 내거나 그런건 없지만 그런 문제를 다루려고 한다는 점에선 괜찮은것 같다.

여자중학교, 여자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타인의 동성연애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그건 내가 연애에 대한 관심이 거의 0으로 수렴해 있었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니까 내가 다녔던 시절의 학교내에서도 이런 일들이 분명 있었을 텐데, 나는 또래문화에 느리게 반응하는 아이였음으로 예리하게 파고 들지는 못했던것 같다.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던 대학교 절친이 내가 생각할 수 있었던 이른바 보이쉬한 친구의 대표 였는데, 이 친구는 새터때 부터 남자아이들과 잘 어울려 다니고 이제는 결혼까지 해 버려서 그게 뭐였나 싶다. 그러니까 '본질을 꿰뚫어 볼줄 몰랐다'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사례. 그래서 지금 이렇게 껍데기만 남은 것 처럼 그때 다 하지 않고 미뤄두었던 고민들을 하고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보았던 원나잇 온리(2014)보다 훨씬 매끄럽고 받아들이기 좋았다.

 

*첫 대사: 없어요 진짜 없어요(멀리서 들리는 소리), 어유 이노무 시키 맨날 몰카질이야(가까이에서 들리는 소리)

*갈대숲에서 수영 할 때 수영 폼은 기웅이가 더 좋다

*2014년정도의 국어책인데 내가 쓰던 국어책이랑 표지가 비슷함


+) 얼마전 한겨레21에서 LGBT에 대한 기획연재를 3주에 걸쳐 다뤘다. 그 중 첫번째 기사는 남성동성애자 5명을 그룹인터뷰 한 것이었는데 굉장히 애틋하고 슬픈 부분이 있어 옮겨 적어 본다.


"되게 애틋했던" 청소년기의 연애

 청소년기에 연애를 한 사람도 있었다. 민우는 고등학교 방송반 친구와 친하게 지냈다. 그는 "친구네에서도 자고 우리 집에서도 자고 하면서 알게 됐죠, 서로가 서로를"이라고 말했다. 그는 "되게 애틋했던 것 같아요"라고 돌이켰다.

 민우 감정은 있는데 말로 표현을 못하는 거예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래서 사귀자고 할 수도 없고, 남들 모르게 손을 잡는 정도였죠. 그 애가 손이 컸어요, 저는 작았고, 그래서 가다보면 뒤돌아보다가 이렇게 슥 내밀어요, 새끼손가락을. 시선을 앞에 두고. 그러면 제가 이렇게(새끼손가락으로) 잡아요.

 그렇게 애틋한 시절이 학년이 바뀌고 졸업을 하면서 끝났지만 민우는 오랫동안 그 경험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힘들었다.

 민우 사실 애틋한 첫사랑을 말할 때는 가슴도 아프고 눈물도 나야 하잖아요. 그런데 울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게 조금 아쉬워요. 마음이 되게 아팠고, 그때는 애절했는데, 울어볼 수가 없었어요. 말을 할 수도 없었고, 혼자 속으로만 삭여야 했고. 모든 상황이 그랬던 것 같아요.

-한겨레21 1024호 58쪽


고자료

1. 한겨레21 기사 링크 -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7707.html
세대가 달라도 커밍아웃 경험은 통한다 [2014.08.18 제10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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