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자가 좋다.
여자가 좋기 전에는 내가 남자가 아니어서 많이 억울 해 했다.
이렇게 타고 난건지, 남자 아이를 바라는 집안에서 자라서 그런건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엄마가 나를 가졌을때 할아버지가 주신 아들 낳는 약을 먹고 호르몬 수치가 바뀐걸지도. 만약에 내가 엄마한테 "난 여자가 좋아" 라고 하면 엄마가 굉장히 슬퍼하며 그 약을 먹은 사실에 대해 후회할지도 모르겠다.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사실.
처음 좋아했던 친구에 대한 감정이 무엇인지 몰라서 굉장히 힘들어 했다. 반복되는 친구를 좋아하는 감정을 수용하는게 보편적인 상식 밖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속으로 눌러 담기에 바빴다. 감정을 부정했던건 아니고, 일반적인 상식으로 맞지 않지만 나는 어쩔수 없이 여자를 좋아 한다고 생각을 했던것 같다. 아쉬운건 이때 좀더 내 감정의 정체를 파고 들었으면 대학교때 적극적인 활동을 해 봤을 텐데, 아무런 생각없이 멈춰있고 말았다. 대학교 다닐때는 이미 혼자 놀 거리가 너무 많아서 누군가를 좋아하고 말고 할 겨를이 없었다. 친구들은 다들 남자친구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고, 나도 그런활동에 편승하는 척 했다. 그렇지만 어떤 감정이 생기는 이성이 하나도 없었고, 그런 기회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고, 어쩌면 기회를 만들어 내지 않아서 이성을 좋아하는 감정이 촉발되지 못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 2월 엘렌페이지가 커밍아웃 한 사실이 우리나라 인터넷뉴스에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그 전에 누가누가 커밍아웃 했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대부분 귓등으로 들었다. 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뉴스를 봤고, 엘렌페이지라는 여 배우를 처음 봤고 그런가보다 했는데 어쩐지 자꾸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보고 계속 보고 또 봤다. 그러다 어느날 엘렌페이지를 좋아하는 친구가 나는 왜 엘렌페이지가 좋냐고 물었는데, 그때 까지도 왜 좋아하는지 잘몰랐다. 그 친구가 레즈비언이어서 좋냐고 했는데, 반사적으로 그건 아니라고 말 해놓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엘렌페이지가 레즈비언이어서 좋아하는게 맞았다. 내 감정에 대한 고찰이 없는 것에대한 극단적인 예가 아닐까.
모든 과정이 느리게 진행 되었지만 나를 잘 설명 할 수 있는 범주를 찾았고, 이제 그 범주 주변에서 어떻게 좀 더 지치지 않고 힘을 얻어가며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 봐야겠다. 어쨌든 나는 여자가 좋은 내가 싫지 않다. 이제는 나를 알리고 이른바 "연애사업"을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쓰는 행위도 그것의 일환.
어디 똑똑하고 예쁜여자 있으면 댓글 좀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