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색스가 죽고 얼마뒤에 한국에서 번역본이 나왔다.
일기와 잡다한 글을 모아둔 노트가 1000권 쯤 된다고 하는데, 사진을 한번 보고 싶다. 이렇게 기록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떻게 노트를 적는지. 그가 요즘 같은 시점에서 생활했으면 블랙베리를 손에 달고 다니거나 맥북 에어나 맥북을 들고 다니며 늘 타자를 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봤다.
사실 두께도 만만치 않고, 올리버 색스의 책이라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밖에 몰랐는데, 자서전 부터 읽었던 이유는, 그가 마지막에 사귄 사람이 빌 헤이스이고 게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빌 헤이스의 이야기는 맨 마지막에 아주 잠깐 나온다. 책의 1/3은 가족과 유년기 이야기이고, 1/3은 그 문제의 '다리책'이 안써진것과, 그가 쓴 책의 이야기이고, 1/12는 바이크, 1/12는 수영과 한때 했던 역도와 같은 신체 활동 1/12는 몇 몇 신경생리학자와, 시인과 친구와 동료에 관한 이야기이다. (비약했음 ㅇㅇ) 빌 헤이스의 이야기는 끝에 10쪽 정도 였던것 같다.
그가 동성애가 환영 받지 못하는 시점에서 지내서 오히려 일에 더 집중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전반적인 느낌은 이것저것 관심을 한번 주면 불같이 타오르는 사람인것 같다.
35년 정도를 정신적/물질적으로 의지하는 사람 없이, 일을 즐기며 살았던 점은 참 부러운 부분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도..
책을 주로 월요일 출근길에 읽었는데, 글도 재미있고 술술 읽히는 편이어서 읽고 나면 뭔가 기분이 고무 되어 월요일엔 힘껏 일했다가 한 주가 끝날 무렵에 번 아웃 된 생활을 몇 번 되풀이 해야 했다. 글이 요네하라 마리나 실비아 플라스의 소설처럼 술술 넘어간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건 그의 평생에 걸친 글쓰기 덕분이 아니었을까.. 번역이라는 장벽이 없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그리고 이 방대한 분량을 쓸땐 편집자와, 비서인 캐서린이었던가 캐롤이었던가를 얼마나 괴롭혔을지..
아무튼 앞으로 읽어 보고 싶은 올리버 색스의 책이 몇 권 있는데, 그가 죽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고, 한편으론 읽을 수 있는 그의 책이 많이 쌓여 있다는건 즐거운 일이다.
어찌보면 좋고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난 외곬수의 자랑같은 이야기지만 밉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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