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살롱에서 피북님이 이야기 했던 책이다.
흡연가로서 담배에 대한 추억, 대한민국의 여성 흡연자로서의 애환, 금연의 과정에 관해 이야기 한다.
2000년대 초반에 써진 책이어서 구입은 할 수 없었고, 학교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었다.
저자가 어떤 후배 한테 담배를 끊어라고 넌지시 떠 보았을때 아마도 기자였던 후배가 남긴 글이 가장 애절해서 옮겨 본다.
'어디에서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담배라는 기호품을 선택한 순간부터 삐딱선을 타고 지켜보는 주위의 시선과 관념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던 여성들의 흡연은 한마디로 도전이었지요. 누구나 살 수 있는 진열장의 담배지만 보이지 않는 금녀의 선이 그어져 있다는 것과, 그것을 넘었을 때 결코 녹록치 않은 인식들과 싸우거나 아니면 감추어야 하는 이중의 압박감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담배가 처음에는 탈출구인 줄 알았는데 중독성으로 여성들에게 또 다른 족쇄가 되었다는 선배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또 저는 인간이 결코 의지할 대상이 될 수 없었던 팍팍한 여성들의 삶을 역설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다른 상품처럼 손쉽게 살 수 있는 물건에 여자들이 부여하는 의미가 뭐 그렇게 주렁주렁 많은지. 남자들에게 담배가 지는 의미가 무언가 생각해보니 심플, 그 자체예요. 담배 피운 시기며 피운 동기가 그들에게는 즐거운 무용담이 되지만, 여자들에게는 흡연 시작으로부터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으로 커밍아웃을 망설이게 합니다. 그것부터가 흡연은 남성 전유권이라는 묵시가 이미 존재하고 사회적으로 늘 통용되면서 여성들에게는 몇 겹의 장치를 걸어놓았음을 의미 합니다.
별것 아닌 담배 하나에 의미를 두게 만든 한국 사회의 복잡하고 이상스러운 생리에 울컥하면서도, 만일의 공격에 대비해 방어용으로 제 나름의 담배예찬론을 준비한 것 또한 저 역시 담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겠지요. "그냥 피웠어. 난 담배가 좋아" 이런 심플한 대답을 하거나 아예 사건 거리도 되지 않는, 담배에 대한 그런 사유를 바랍니다.
흡연이 여자에게 이상하지 않은 기호로 정착될 때까지 저는 굳세게 피울 겁니다. 그런 다음에 끊을까 해요. 아니면 죽을 때까지. 화장할 때도 담배 한 갑과 같이 태워 달라고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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