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읽는 책들은 우연하게도 다 60넘은 화자의 과거회상 이야기 인것 같다. 게다가 난 이 책을 폴오스터의 여느 소설같은 이야기 인줄 알고 언제 반전이 나오려나 했는데 끝까지 읽고 나서 알았다. 자전적 이야기라는 것을. Ha. Ha. Ha.
여름 끝무렵 출장 가는길에 읽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어딘가 박아두고 있다가 다시 읽었다. 그 사이에 읽은 책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여서 이야기가 좀 헷갈리는 부분이 있어서 폴오스터 소설을 읽고 한번 더 읽어 봐야겠다.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침대에서 나와 창가로 걸어가면서 차가운 마룻바닥에 닿는 당신의 맨발. 당신은 예순네 살이다. 바깥은 회색이다 못해 거의 흰색에 가깝고 해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당신은 자문한다. 몇 번의 아침이 남았을까?
문이 닫혔다. 또다른 문이 열렸다.
당신은 인생의 겨울로 들어섰다.
p 247
흔히 말하는 '그때가 좋았지'의 미국식 버전
그럼에도,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해도 당신이 지나간 세월에서 그리워하는 것이 있다. 옛날 전화기의 벨 소리, 타자기의 딸깍거리는 소리, 병에 든 우유, 지명 타자가 없는 야구, 비닐 레코드판, 방수용 덧신, 스타킹과 가터벨트, 흑백 영화, 헤비급 챔피언, 브루클린 다저스와 뉴욕 자이언츠, 35센트짜리 페이퍼 백, 정치적 좌파, 유대식 유제품 식당, 동시 상영, 3점 슛이 나오기 전의 농구, 궁궐 같은 영화관, 비디지털 카메라, 30년간 죽 써온 토스터, 권위에 대한 경멸, 내시 램블러 자동차, 널빤지를 댄 역마차가 그것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그리운 것은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이 금지되기 이전의 세상이다. 열여섯 살에 처음 피운 담배부터(워싱턴에서 있었던 케네디의 장례식에서 친구들과 함께) 이전 밀리니엄이 끝날 때까지, 당신은 몇 가지 예외 사항이 있을 뿐 원하는 곳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우선 레스토랑과 바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지만 대학교 강의실과 영화관 발코니, 서점과 음반 가게, 병원의 대기실, 택시, 야구장과 실내 경기장, 엘리베이터, 호텔 방, 기차, 장거리 버스, 공항, 비행기, 비행기까지 데려다 주는 공항의 순환 버스에서도 자유롭게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엄격한 금연법 덕분에 이제 세상은 더 살 만한 곳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잃어버린 것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편안함?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관용? 유쾌함? 청교도적 고뇌의 부재?) 당신은 그것이 그립다.
p197-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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