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책방에 소개 되고 내 기억에 의하면 '다읽고 나면 처음부터 다시 읽고 싶어 지는 책'이었어서 언제쯤 다시 읽고 싶어 질까 계속 기다리면서 봤다. 결론적으로 다시 읽고 싶어지지는 않은 이 상황은 내가 또 이해를 못하고 읽고 있는건가 싶다. 아니면 워낙에 그런 경고를 들어서 1부를 공들여 읽어서 그런가.
스포있음
확실히 토니가 에이드리언에게 편지를 썼던 내용이 부정확하다고 느꼈는데, 그러니까 한줄 갈겨 엽서를 보냈다는거야 아니면 길게 편지를 썼다는 거야 싶었는데 아주 저주를 퍼부은 글을 써 보냈다는것.
반전이 두 번 있는데 하나는 위에서 이야기 한 저주의 편지를 붙인 거억이 나지 않는 나..
하나는 에이드리언 Jr.가 베로니카의 엄마의 아들이라는것
첫번째 반전은 어느정도 예상 했었는데 두번째 반전은 읽고 요즘 내게 유행하는 웃음 소리, '꺼꺼꺼꺼'거리며 읽었다..
가독력은 좋은 책이다. 편집이 그렇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나의 '기억'이라는것이 얼마나 쓰잘데기가 없는것인지 최근에 13년 만에 만난, 내 생에 있어 처음으로 좋아(사랑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 사실)했던 친구를 보며 느꼈고 대부분의 기억은 추억화 과정을 거치면 예뻐지기 마련이라는 생각도 한다. 요즘은 추억화 되는 시간이 무척 빨라져서 지금 있는 연구실에서 일어났던 초반의 일들은 벌써 추억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러다간 어제의 일도 추억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딱히 옮겨적을 만한 구절은 없으므로 또 마지막 구절을 옮겨 적어 본다.
인간은 생의 종말을 향해 간다. 아니다, 생 자체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 그 생에서 가능한 모든 변화의 닫힘을 향해. 우리는 기나긴 휴지기를 부여받게 된다. 질문을 던질 시간적 여유를. 그 밖에 내가 잘못한 것은 무엇이었나? 나는 트라팔가르 광장으로 몰려간 한 무리의 애들을 생각했다. 나는 일생을 통틀어 단 한번만 춤을 추는 한 젊은 여자를 생각했다. 앞으로도 알지 못하고, 이해할 수도 없을 모든 것들 중에서 내가 지금 알지 못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에이드리언이 규정한 역사를 생각했다. 그의 아들이 나를 피하려고 엠보싱 화장지가 놓인 선반에 얼굴을 들이박던 모습을 생각했다. 나는 프라이팬에 부치던 달걀이 터졌는데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태평하게 휙 하니 내버리던 한 여자를 생각했다. 바로 그 여자가 나중에, 햇볕이 내리쬐는 등나무 아래에서 팔을 수평으로 뻗으며 비밀스러운 제스처를 취하던 모습을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용마루처럼 솟아오른 강의 파도가 달빛에 반짝이며 우릴 지나쳐 기세좋게 거슬러올라가 사라지는 가운데, 한 무리의 학생들이 어둠 속에서 손에 든 회중전등 빛줄기를 교차시키며, 고함을 지르며 그 뒤를 따르던 광경을 생각했다.
거기엔 축적이 있다.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것 너머에 혼란이 있다. 거대한 혼란이. p254-255
다산북스 1판 8쇄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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