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좋아

쓴것 2015. 10. 11. 23:49

부국제 이튿날 즐거웠던 일 기록.

 

지난 주말 내내 코스모스 축제와 부국제로 무리하게 놀았고 주중에는 출장을 두 번 갔다 왔고, 하루는 스트레스 받는 일을 투성이었지만, 10/4에 친절하게도 프리헬드를 발권 해 줘 버린 부국제 발권관계자 덕분에 몹시 힘들지만 꾸역꾸역 갔다. 이건 사실 핑계고, 엘렌도 다시 보고 싶고, 재미난 사람들도 보고 싶고.

 

1회차 영화 발권은 또 새로 해야 해서 부산역에서 센텀까지 빡세게 움직여야 했는데, 버스는 바로 잡아 탔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몸을 이상하게 구겨서 40분간 있어야 했다. 아크로배틱한 자세 때문에 트위터는 엄두도 못냄. 그리고 롯데 백화점은 문 여는 시간보다 영화가 일찍 시작해서 옆문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바로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서는 10분 정도 줄을 서 있어야 했다. 줄 서 있을 땐 좀 영화충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래도 어째어째 발권도 하고 시간도 남아서, 화장실에 가서 양치도하고, 바르지 않았던 선크림도 바르고 콜라(라고 쓰고 펩시라고 읽는다)도 사들고.... 큰마음 먹고 10분 일찍 입장 하겠다고 결심하고(나는 보통 영화 시작하는 시간에 들어간다.) 입장 하려는데 10시 30분 표라고 하니 입장을 도와주던 자봉단 분께서... 표가 CGV라는걸 알려 주셨다... 뜨악...

 

작년 부국제땐 길을 잘 못찾겠어서 10분만에 롯데시네마에서 CGV로 가는게 쉽지 않았다.. 가능할까, 그리고 CGV올라 갈 때 영업시간이 아니어서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잘 탈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지만 어쩌겠노 가야되는걸.. 다행히 이젠 이곳 지리에 좀 익숙 해져서 숏컷으로 7분만에 갔다. 롯데시네마 콜라 들고 CGV로..

 

CGV에서 1회차 영화를 보고 나면 롯데에서 또 2회차인 프리헬드를 봐야 해서.. 자리를 옮기면서도 아침에 저질렀던 똥멍청이 짓 때문에 허탈하게 웃으면서 다시 갔다. 롯데 콜라를 들고... 점심 약속을 미리 잡아 뒀지만 배는 또 고파서 핫도그를 사 먹었다. 역시 영화가 프리헬드라서 그런지 상영관 입구에는 게이향 가득했다.  체크무늬 남방을 입은 사람도 많았다. 좀 어려 보이는 퀴어들도 보였다. 연세가 있으신 동성커플로 보이는 분들도 보였음. 부럽..

 

뉴욕에서 배고파서 먹었던 핫도그가 가장 맛있어다고 생각하면서 입에 우걱우걱 집어 넣고 있는데 트윗이 하나 왔다 같은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는 트친님께서 사탕을 주겠다는.. 사실 몇 번 탐라에서 보고 멘션을 주고 받은적은 없었는 트친님이었는데 두근두근.. 입장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바보 같이 밖에 있다고 멘션을 했더니 벌써 입장을 하셨다고.. 부랴부랴 핫도그 먹은 쓰레기랑, 롯데시네마에서 아침에 뽑은 콜라를 처리하고 들어갔다. 츄파춥스를 입에 물고 문앞에서 기다리겠다고 해서 또 두근두근.

 

 서 있는 트친님은 아까전에 핫도그 먹으면서 본 어려보이는 그분이 아닌가... +_+ 바보같이 무슨말을 내가 지껄이긴 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바보같은 소리를 했을듯.. 뒤에 자리 잡은 내 자리까지 친히 계단을 올라와서 배웅을 해 주셨다. 나갈땐 악수라도 꼭 하고 헤어지자고 하셔서 또 두근두근.


이번에 프리헬드 보면서 옆에 앉은 사람과 잘 풀려서 애인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친구한테 이야기 했더니 친구가 검은 마음이라고 그랬는데.. 검은 마음을 갖고 있어서 그랬는지 내가 본 5편의 부산국제 영화제 영화 중.. 단 한편도 양옆으로 누가 앉지 않았다. 


다시봐도 영화는 짱 좋았다. 그런데 소향보다 관이 작아서 화면에 자막을 덮어 씌웠는데 좀 방해 되었고, 화면이 어두운 편이었다. 같이 본 관객들은 1회차 관객보다 좀 더 엄숙했다. 소향에서는 스티븐이 나오기만 하면 사람들이 빵빵 터졌는데, 이번에는 여기저기에서 훌쩍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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