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쓴것 2015. 11. 3. 22:09

내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정체화 한지 이제 일년이 조금 지났다. 너무나 명백 했던 사실들 덕분에 긴 시간 고민 한건 아니었지만 오랜 세월이 걸리기는 했다. 스스로에 대한 고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성하고, 이런 저런 책을 읽으며 조금씩 지식을 넓혀갔다.

그렇지만 나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처음 해 보는 행동 항목은 글로 먼저 접한다.." 턱걸이도 턱걸이에 대한 글을 읽고 나서야 어떻게 매달리고 어떻게 힘을 줘야 한다는 요령을 터득 했고(그러나 하지는 못한다.) 나의 고민과 의문은 항상 글을 통해 풀어 나갔다. 친구와의 대화도 얼굴을 마주보는 대화 보다는 채팅이나 문자가 더 편하다. 친구와 만나도 늘 듣는걸 즐겨 하기 때문에 내 이야기를 할줄 모르고, 그래서 내 문제가 뭔지, 어떻게 해결 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잘 모르는데, 이번에 그 문제에 직면한 것 같다.

어떤 특별한 감정이 생기는 사람과 데이트를 어떻게 하는 줄 모른다!

부끄러움이 심할때는 식당에서 음식 주문도 못하고, 중국요리 주문을 전화로도 하지 못하는데, 또 어떤 때는 전화로 따지기도 하는 마음대로 불쑥불쑥 나타나는 대담성.... 덕분에 연락은 해 보지만 어떻게 다가가고, 진행을 해야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힝....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있었는지 조차 감이 안 잡힌다. 이건 학위 논문 주제보다 더 어렵다.


모쪼록 부딪혀 보자(이게 문제일지도 모른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나도 여지껏 몰랐던 감정들을 느껴보고 싶다. 새로운 호르몬과 신호 전달 물질의 칵테일에 빠져 보고 싶다. 

결론은 지나친 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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