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도 그녀(2013)만큼이나 할말도 많고 마음에 드는 요소도 많다. 아니, 그녀 보다 좀 더 좋다. 그녀는 서른의 이야기라면, 하 프란시스(나는 한국식으로 이렇게 부르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姓이 하 니까..) 딱 지금 내 나이를 이야기하고 있어서 100% 공감하며 봤다.

 

먼저 보기 전부터 좋았는건 그레타 거윅이다. 그레타 거윅은 요즘들어 본 영화중에 오랜만에 엘렌 페이지랑 관계가 있는 인물인데, 엘렌 페이지가 우디앨런의 영화 로마 위드 러브(2012)에서 그레타 거윅에게 몹쓸짓을 하는데, 극 중 상황은 둘이 절친인 것이다. 그레타 거윅은 하 프란시스에서도 절친때문에 마음고생을 좀 한다. 로마 위드 러브에서 엘렌은 쪼꼬미 중 최고 쪼꼬미고, 그레타 거윅은 장신 중 최고 장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레타 거윅의 남자친구 역으로 나온 제시 아이젠버그보다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엔딩에서 봤는데 영화 중 프란시스의 엄빠로 나온 인물들이 아마 진짜 엄빠가 아닐까. 두 분 다 성이 거윅(Gerwig)이었음.

 

영화 보는것만으로도 재미가 넘치지만 더 재미있게 보기위해 첫 대사를 유심히 보는데(번역되는 첫 한문장)... 소설가들은 처음 한 문장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영화 감독도 첫 대사를 많이 고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런데, 첫 대사가.. No feet이었다.. 프란시스의 절친 소피와 장난스레 몸싸움을 하는 장면에서.. 발은 안돼.. 였음.. 초긴장하고 보고 있다가 허무해서 혼자 너털 웃음 지었더니 옆에 사람이 날 쳐다봤다.

 

영화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으로 상영되는 영화는 이번이 처음인것 같았는데, 나같이 색감이 없는 사람도 처음에는 조금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장면에서는 흑백, 어떤 장면에서는 컬러 이런 영화를 보아와서 빨리 컬러로 바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뒤로가면서 흑백에서 오는 답답함은 어느새 잊었음.

 

1987. 프란시스가 레브집에 처음갔을때였나 담배를 피면서 1987년대 불량엄마 같다고 했는데, 그런 년도를 콕 찍은것도 좋았다. 87년은 참 많은일이 일어났다.(우리나라에) 그리고 프란시스가 담배를 하나 빼 물었을 때 소피가 한모금만 하는 장면에서도, 아련함이 느껴짐.. 세상에서 가장 피의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극명한 일은 라면 한젓가락과 담배 한 모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직 가장 좋아하는 년도가 없지만 굳이 하나 뽑으라 하면 87년도라고 억지로 고를것 같다.

 

룸쉐어를 했는데도 950달러나 내야 해서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방 3칸짜리 집이 4000달러라는데 또 놀람. 룸 쉐어를 할 수 밖에 없는데, 룸쉐어의 스트레스가 잠깐 느껴졌다.(경제적인 부분 빼고 요즘 느끼고, 스트레스 받고 있는 부분임) 특히 도우미 부르자는 대목에서..

 

27살이면 늙었네. 어느 새 나이먹고 정신차려보니 나도 미국나이로 27살이어서 나이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던 찰나 이런 대사가 예고편으로 나왔을때 저 자식.. 싶었다. 27살이라는 나이는 영화에서처럼 대학생으로서도 사회인으로서도 어느 쪽에 끼이기 힘든 나이인 것 같다. 관건은 빨리 다음단계 나이로 적응을 하는 것 밖에..

 

환급금. 프란시스가 환급금 나와서 레브한테 데이트 신청을 하는 장면이 있다. 나는 요즘 소소한 일탈을 하고 있는데,(블로그 포함) 일탈의 기반은 환급금이다. 환급금도 슬슬 떨어져 가서 이제 현실로 복귀해야 하는 때가 다가오고 있어서 요즘 한껏 우울함. 이 부분에서도 껄껄 웃었는데, 또 옆에 젊은이(대학생으로 보임)가 쳐다봤다.

 

절친 소피. 프란시스는 어느 선 까지 소피의 남자친구 패치를 인정 못하는데 나도 이 마음 안다. 인정할 수 없지만 인정 해 줘야하는 상황. 그건 질투심 보다는 친구를 잃은것 같은 섭섭함이다. 100%. 내 절친이 평생 나랑 놀아 줄 것만 같았던 그 친구가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했을때,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있었는데, 그 감정과 같은 맥락인것 같다.

 

쓰고 싶은게 아직은 한참 더 남았는데, 피곤하므로 다음에 한번 더(당분간 시간이 허용하는 매주매주 보고 싶다.) 보고 또 적어야지.

 

포스터는 짐 스럽고 가져온걸 버리는건 죄스러워서 잘 안가져 오는데, 이번 포스터는 가져오려하니 없음. 다음에 동성 아트홀 가면 몇장 챙겨서 그녀 엽서크기 포스터를 붙여 놓은곳에 붙여놔야지..

 

@CGV 대구 B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