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Chris Bolan
테리와 펫 레즈비언 할머니의 인생의 끝자락을 담은 이야기.
테리와 펫 할머니는 70여년간 함께 지낸 레즈비언 커플이다. 그야말로 '캐롤'시대를 거쳐 사랑을 이어온 분들인데, 그때 당시는 미국도 상황이 살벌해서 동성커플인걸 철저하게 숨겨야 했다고 한다. 이 할머니들은 캐나다 출신인데, 자유롭게 생활하기 위해서 미국 시카고로 건너와서 한편생을 살아왔다. 테리 할머니는 미국 여성 프로야구 선수셨다고.. 테리 할머니는 테리 할머니를 사랑하는 조카가 한무더기가 있는데, 이 조카들에게도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숨겨오다가 거의 인생의 끝자락에서 조카들에게 커밍아웃을 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도 이 조카들에게 비난을 당하거나 인연이 끊길까봐 조심스러워 하셨다고.. 조카들은 다행히 현대의 캐나다 사람들이어서 인지 무리 없이 받아 들였고 고모의 성정체성은 둘째치고 그런 사실을 자신들에게 한편생 숨겨와서 섭섭하다고 했다.
영화 초반에는 테리 할머니를 사이에 두고 팻과 테리의 조카들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보이려고 했던것 같다. 딱 봐도 팻은 테리를 무척이나 아끼는데 추운 캐나다는 가기 싫은 느낌이었는데 영화는 자꾸 테리 할머니 고향으로 돌아가면 조카들에게 테리 할머니 뺏길까봐 고집 부리는 팻으로 그려서 집중력이 떨어졌던것 같다.
40-50년대 미국은 동성애자인 것이 발각될 경우 처벌을 해서 서로 주고 받은 편지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모두 잘려 있었다. 그 부분이 마음 아팠는데 조카가 왜 편지가 아래위가 다 잘려있냐고 묻는 질문에 담담하게 이야기 하신부분에서 슬픔을 느꼈다.
할머니들이 몸이 편찮으셔서 늘 차분해 보이고 담담해 보였는데 젊은 시절 얼리 어답터였는지 사진과 동영상들이 참 많았다. 그 안에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눈빛들이 참 좋았다.
조카들이 고모의 이삿짐을 정리 하면서 사진집을 발견했는데, 중년의 고모들이 이곳 저곳을 여행하며 게이 같아 보이는 사람들과 즐거워 하는 사진들을 보며 고모들에겐 또 다른 자신들이 모르는 가족들이 있는것 같다고 하면서 허탈한 감정 같은걸 느끼는게 보여졌다. 그 와중에 테리 팻 커플이 친구 게이 커플집에 초대 받아 가는데... 깔끔하게 꾸며진 집, 먹음직 스러운 음식 만들어서 말쑥한 차림으로 나오던 부분이 좀 웃겼음... 그런데 다른 레즈비언 커플 할머니 친구 같은건 언급도 없었다.
테리 할머니는 테리 할머니를 보살펴주는 조카들이 한 무더디가 있는데 팻 할머니는 가족사가 조금 불행해서 지금은 잘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영화 마지막은 테리 할머니가 2019년에 돌아 가신걸로 나오고 팻 할머니도 몸이 불편한 상태였다. 팻 할머니는 테리 할머니를 만나기 전에 세명의 남자들과 연애를 하며 결혼을 생각 하기도 했는데 ... 몽땅 죽어 버렸다. 누구가 죽었지 라고 말하는데 그 단호한 말에 안타까움 따윈 하나도 묻어있지 않았음.
아무튼 이제 레즈비언 커플의 노년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도 있고,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볼 수 있어서 '교육용'으로 좋았다. 여느 이성 부부와 다름 없이 힘이 없어지고, 아프게 되더이다.
영화는 이영 감독님의 <불온한 당신>이 많이 떠올랐는데, 마침 이영 감독님의 최근 소식들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분명 또 다른 작업을 진행 중이시겠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을것 같음.. 꼭 지원/투자 잘 받으셔서 불온한 당신 처럼 좋은 작품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아무튼 말이 길어졌는데 그만큼 기억하고 싶은게 많다는 증거..
영화 제작진을 보니.. 어째 다 남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