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2012)>의 원작 소설이다. 영화를 재미 있게 봐서 읽어봤다. 영화의 내용이 머리에 와닿아 있어서 영화와 비슷한 내용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집중을 잘 할수 있었고,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는 많이 산만해져 있어서 얇은 책인데도 읽는데 시간이 걸렸다. 영화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인물은 리베로였던 후스케였는데, 책에서 후스케는 좀 건방지다. 영화에서 가장 밉상인 인물은 하교부 농구를 즐겨하는 남자아이를 짝사랑 해서 음침하게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브라스밴드부 주장이었는데, 소설에서는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었던것 같다. 일본의 고등학생을 이야기 해서 인지 아니면 그런 범주안에도 안 들어가는 '아래'의 학생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막 '이건 내 이야기야'라고 하여 새겨 읽을만한 인물은 없었던것 같다.
기리시마 여자친구인 리사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안 나와서 아쉬웠다. 리사의 속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몇 가지 재미있었던 내용을 옮겨적어 본다.
<브라스밴드부, 사와지마 아야>
'이 돌멩이를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찬다면 나는 입시에 합격할 것이다"라든지.....
이런 짓을 자주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신을 자기 안에 소유한다고나 할까, 말하자면 내 운명을 스스로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도중에 그 돌이 강에 빠진다 해도"이건 무효, 다시 처음부터"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내가 신이니까.
나도 지금, 나 자신이 신이다.(p51)
<다시 야구부, 기쿠지 히로키>
처음부터 빠질 생각이었다면 이만큼 크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학교에 오지 않을 것이다. 도구는 바보처럼 매일 빠짐없이 챙겨와, 게으름을 핑계로 나 자신을 속여왔다.
두려웠다.
열심히 해도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깨닫게 될까봐....(p199)
작가 아사이 료의 나이를 보고 좀 놀랐다. 나보다 어린작가의 글은 아마 처음읽어 본것 같다. 실제 이 소설은 작가가 19살 무렵에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모두 17살 그러니까 고등학교 2학년이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때 무엇을 하였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 딱히 기억나는게 없다. 고등학교 기억중에서 가장 기억이 없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방송부를 그만둬서 귀찮은 일이 싹 사라져 순간순간의 쉬는시간과 점심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매우 감사하다는 생각을 좀 했던것 같고, 사회선생님을 좋아하는 친구의 옆에 있는게 너무 힘들었던 기억, 물리를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정도 밖에 없다. 소설에서 묘사하는 그룹으로 따지면 '아래'그룹이었다. 잘 꾸미지 못하므로 차라리 학교에서 제시하는 요구조건에 완벽하게 맞는 옷 매무새, 생활 패턴등등등. 지각도 하지 않고, 교복은 항상 단추 끝까지 잠궈입고,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명찰을 옷 밖으로 꺼내 놓고, 수업시간에 체육복을 입지 않고, 대부분의 야자시간에 참석하고, 급식 꼬박꼬박 먹고, 학교로 간식주문해서 먹지 않고 등등등.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그랬던것 같다. 이 틀을 벗어나면 큰일난다는 생각보다는 이 틀을 벗어나서 생긴 불의의 간섭으로 부터 자유롭기 위해 그런 틀을 잘 지켜왔던것 같다.
이 책은 고등학생에게 추천하기에는 고등학생은 오히려 공감하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대학생도 어중간 하고, 타겟이 좀 그럼. 그리고 누군가가 영화와 소설중 하나를 본다고 하면 무엇을 추천할지도 잘 모르겠다. 두 작품은 같은데 같은게 아니어서... 둘다 괜찮기는 한데...... (여기서 나오는 또 허무주의 또는 우유부단함)
출판사 '자음과 모음'의 청소년 문학이라 한다. 그럼 중학생이 읽어야 하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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