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꼭 종이책으로 갖고 있고 싶다.

한국가면 꼭 종이책으로 사야지.


이다혜 기자님의 책은 술술 익힌다. 언니로서 동생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기분이 든다. 방금전에 검색 하다가 발견 했는데 딱 10살 많은 언니이기도 하다. 고등학생이 이다혜기자님을 만나서 강연을 들으면 얼마나 많은것을 받아들이고 삶의 방향에서 어떤 중요한 지점으로 찍힐지, 하루라도 이른나이에 이다혜기자님을 만나는건 행운이 아닐까 싶다.


팟캐스트를 듣다보면 기자님이 습관적으로 '예컨데', '이를테면'을 많이 하는걸 인식하고 있었는데 그걸 많이 쓰는날은 에너지가 부족한 날이라고 해서, 이다혜 기자님 같은 엄청난(다고 생각하는)분도 그날의 에너지에 따라서 결과물이 다르구나 싶어서 한편으로는 안도 했다.


역시나 이번 책에서도 레퍼런스가 쏟아졌는데 중반부 부터 받아 적었는데도 이렇게나 많다


당신의 시간을 위한 철학
익숙한 세벽 세시
나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아이사와 라쿠
내 방 여행하는 법
빌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말의 정의
존재하는 것의 습관
우부메의 여름 - 육필원고
존 치버의 편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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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어 시간 - 한강  (0) 20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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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마이토라는 자아를 가상공간에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읽고 있다는게, 한줄한줄 지금 읽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20대의 많은 시간을 가상의 얼굴 모를 사람들이랑 소통 하며 지냈는데, 여기 나오는 경애도 상수도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캐릭터의 특성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어서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연트럴파크라던가, 델리스파이스라던가, 페이스북 페이지라던가, 끊임없이 떠오르는 유해광고 팝업창 등등등 지금 당장이라도 나에게서 일어 날 수 있는 일들. 그런의미에서 갖고 있는 배경 문화가 다르거나 시대가 다른 책을 읽을 때 내가 놓치는 부분이 얼마나 많을까 싶은 안타까움도 생겼다.


경애가 E(은총)의 기억들을 갈무리 하는것은 은총이 아직까지 존재 할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일련의 시간에 자신이 느낀 것을 블로그에 올린 새로운 블로그-예를들면 마이토 라는 사람이 2012년에서 2016년까지 하다만 이글루 같은 블로그-를 찾아내면 한동안 기분 좋게 그 얼굴 모를 사람의 공간을 찾아 다니며 읽는데 우연히 같은 영화를 비슷한 시간대에 봤다거나 하면 감성적인 생각이 떠오르며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우연히 내가 앞지르며 스쳐 지나간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한다. 그래도 요즘엔 누군가의 특별 상영회를 하면 간단하게 트위터의 해시테그 검색이나 실시간 검색을 하면 아 어디쯤에 누구님이 계시겠구나 정도는 알 수 있기는 하지만.. 


이런 이야기나 경험은 지금 살고 있는 이 공간에서는 더이상 하기 힘들다는것이 마음이 아프다. 소중한 경험의 일부를 잃어버리고 있는 느낌.


처음에는 영화화 해도 재미있을것 같다고 생각 했는데 읽을수록 그 복잡합을 설명 하기엔 영화는 너무 짧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영화화 한다면 어떻게 각색했을지 엄청 기대하며 볼 수 있을것 같다.


마지막의 작가의 말의 짧은 두 문장도 좋다.

"이야기를 환성할 수 있었다. 마음을 다해 썼다."


듣고 말할 수 있지만 또렸하게 볼 수 없는 사람과

듣고 볼 수 있지만 말할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


이 작가님의 두번째 책이었는데 둘 다 비슷하게 흔하게 존재하는 것을 하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두 책의 주인공을 거의 비슷하게 상상하며 읽었다.


책을 읽을 동안 희랍어는 히브리어 라고 생각 했는데 희랍어는 고대 그리스어 이고, 히브리어는 고대 이스라엘어라고 한다.


책에서도 말했지만 이제 사용하지 않는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어떤 느낌이 들까.

언어를 공부 한다는 것이 지금 내 삶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부분인데, 언어 공부는 끝이 없어서 내가 지금 이걸 공부하면 뭐하겠나 싶은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인데, 희랍어 같은 언어를 공부 하면 공부의 끝이 보여서 좀 더 의욕이 날까?


해가 넘어갈때 잡고 있는 책이 있을때 2년동안 읽었어 라고 이야기 하는걸 좋아 하는데 이번에 2년동안 읽은 책.


누군가는 구병모 작가의 긴 호흡의 문장이 싫다고 했는데 나는 그 긴 호흡의 특징이 좋았다. 제일 긴 것은 무엇인지 꼽아보지는 않았지만 내 단말기 기준으로 절반을 차지하는 한 문장의호흡도 있었다. 


나이든 여자 킬러의 이야기라니 멋지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