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빌리기로 한 책 2권을 이미 골라 들었는데, 신간코너를 스캔하러 갔다가.... 데리고 와 버렸다. 그래도 도서관을 나오면서 3권밖에 안 빌렸다고 나를 칭찬하며 왔음. 책도 얇아서 괜찮아 괜찮아.

 

국경시장은 지난번에 <30>에 실린 소설이었지만 그 황금비늘 느낌을 또 가져보고 싶어서 다시 읽었는데 이번에는 좀더 혼란스러웠던 앞 부분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암튼 기억을 환전해서 물건을 산다는 상상은 신선하면서 보름달이 떠야 열리는 야시장은 음산한 느낌을 준다.내가 만약 기억을 판다면 언제적을 팔까.. 소설에서 말하길 사람들이 처음 기억을 팔때는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0-2살무렵을 판다고는 하는데, 나는 어릴때 기억을 소중하게 여기는 습관이 있으니까 가장 최근의 기억을 팔아버리는게 가장 효율적일것 같기도 하다. 잊고 싶은 사람은 있지만 잊고 싶은 시간은 없다.

 

이 책에서는 쿠문이 나에게 가장 강렬했는데 주인공은 천재를 동경하고 시기하는 한 대학 교수이다. 쿠문은 어떤 천재병인데 각 시기마다 빌진과 같은 증상이 있고 결국은 죽게 된다. 지하에 사는 특정 벌레에 의해 감염된다. 쿠문에 걸리면 밤낮없이 미친듯한 창작물을 낳게 되는데 학문적, 예술적 성취를 모두 이루게 된다. 그래서 종종 쿠문에 걸리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쿠문을 홍보하는 문구가 있는데 "다른 상상이 다른 권력을 낳는다"

나도 내가 가지지 못한 타인의 천재성을 옆에서 보고 있기를 좋아하며 한편으로는 나에게 그런 천재성이 없다는 사실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실망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 삶의 주변에 있는 천재들에게 접근하고 그들을 관찰하면서 인생을 낭비하기도 한다. 어쩔 수 있나 나에겐 그것이 없는것을.. 괴롭다 이 생각을 하면.

 

총 8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국경시장

쿠문

관념 잼

에바와 아그네스

동족

필멸

나무 힘줄 피아노

한 방울의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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