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온 지구가 코비드19로 바쁘고 다들 태어나서 처음 겪어 보는 일을 겪고 있다. 나는 그래도 비교적으로 안정된 일자리에, 집, 차, 식료품 구매같은걸 무리 없이 하며 필요한 실험도 하며 지내고 있긴 한데, 걱정을 사서 하다보면 이러다 짤리면 어쩌나 싶은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또 잠을 못자게 된다.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학위 받고 마법같이 사라진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다시 찾아 왔다.
재택한지도 3주차가 넘어가는데, 처음에는 밀린 논문을 쓰고 데이터를 정리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 했는데, 원래 안 하던걸 하지는 않는다는걸 다시 알게 되었다. 그래서 2주차때부터 며칠 전까지 생산성이 너무 나지 않아서 걱정하며 괴로워 하다가 어떤 교수님의 멘탈헬스에 관한 인스타 포스팅을 보고 위안이 되었다. 나는 지금 지구의 위기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견뎌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역사책에서 몇 년도엔 무슨 전쟁이 일어났고, 산업혁명 등등이 일어났다고 읽었을 때 가끔 그때를 살았던 사람은 전쟁이라는것을 인지 했을까 어떤 삶을 살아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싶었는데, 지금과 같이 하루하루 급격하게 변화되는 상황을 바라보며 그저 내 주변은 아무일 없길 바라고 오늘 먹을걸 오늘 먹고있지 않았을까 싶다 언젠가 이 상황이 끝나면 어떤 일을 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세우면서.
이 상황에 대해 갖은 예측들, 어떤 사람은 이제 이런 상황이 계절성으로 반복 될 것이다, 종식 되는데 1-2년은 걸릴 것이다, 다시 예전 같이 생활 할 수 없을것이다 등등을 예측하고 있는데, 어떻게 되었든 누구나 이번일로 어떤 데미지를 입지 않았을까 싶다. 나도 2주차때 교향악 연주단원들이 각자의 집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걸 듣고 울어버렸는데, 어떤 깊은 두려움때문에 울었던것 같다. 앞으로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면 어쩌지, 어떻게 지구인들이 이 일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등등. 예전에 일본의 어떤 레즈비언 커플이 결혼을 시부야에 이사가면서 까지 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 그 부부는 2011년 일본 대지진 때 긴급한 상황에서 결혼을 다짐 했다고 했는데, 그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언젠가 내가 입은 데미지, 또는 생각의 변화를 다시 정리해 봐야지.
사람이 모이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지금 두달 가까이 듣고 있는 시점으로서 오늘 소설을 읽는데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이 파티를 하는 장면을 보고 순간 다들 마스크는 잘쓰고 있겠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 지구인이 옷을 입고 다니고 신발을 신듯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게 뉴 노멀이 되지 않을까.